우리집에는 아주 아주 오래된 피아노가 있습니다.
우리 큰형님네댁에서 20년을 묵혔던 그옛날 "영창피아노"...
큰 조카애가 사용하던 피아노를
은샘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그러니까 2006년도 여름에 금구리 우리 집으로 모셔왔죠.
그리고는 조율도 없이 그대로 거실에 두고
아이들의 놀잇감 삼아 건반을 두드리곤 했는데
큰애 은샘이가 9살이 되던해 부터
심심찮게 피아노를 치는거예요...
그래서
피아노 조율을 해줘야지....
늘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냥 지나치곤 했었는데
드디어
맘을 먹고 조율하시는 분을 불렀어요...
조율하시는 분 첫마디가....
이건 조율만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피아노를 다시 조립해야 한다는 거예요...
피아노의 이곳저곳을 열어 보더니
그동안 보관을 잘못해
쥐가....줄을 다 갉아 먹고
안에도 엉망이라는 진단을 받았네요.
...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의성형님댁 창고에 방치되어 있었으니
쥐가 집을 짓고도 남지...
순간,
돈이 많이 들겠구나...
조금 돈이 들거라곤 생각을 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훨씬 더 많이 들겠구나...
그럼 수리비가 얼마나 나오는데요?
다 뜯어봐야 하겠지만
한 4~50만원 정도?
으악!!!!!!!!!!
순간 머리가 띵!!!!!!!
아저씨!
피아노 중고 한대 사면 얼만대요?
이것 갖고 가고도
100만원 정도 줘야 괜찮은거 살수 있지 싶은데요....
갑자기 머리를 막 굴렸네요..
오래된 피아노를 처분하고
거금 100만원을 들여 요즘 괜찮은 중고 피아노를 구입할 것인가?
아님 이것을 50만원에 고쳐 사용할 것인가?
막상 구입한다고 해도
이 무거운걸 운반한다는게 보통이 아닌데
처음 집으로 갖고 오던날도
남자 어른 4명이 붙어 거실 창문을 뜯고 들고 왔는데
또다시 그 짓을 어찌 하나...
그렇다고
사람을 들여 운반을 하면
그 품삮 또한 추가 될거고....
어쩌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조율 아저씨 말,
그냥 고쳐쓰세요.
수리만 하면 아주 좋은 피아노예요...
아이들 자랄 동안은
수리해서 잘만 관리하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그래,
결심했어
형님댁에서 그냥 얻어온건데..
아니지 그냥은 아니고
가지고 갈때
대추중에서 최상급으로 굵은거
한상자 하고도 반상자 더 줬으니
공짜는 아닌것 같고
하여튼 거의 공짜로 얻어 왔는데
그냥 버리면
형님네가 엄청 섭섭해 할텐데....
그래 고쳐 쓰지뭐...
큰 맘 먹고
아저씨 !수리해 주세요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렇게 말하고 피아노를 분리
차에 싣고 가 버리더니
한1주일이 훨 넘었나...
하여튼
피아노가 다시 완벽하게 수리가 되어 있는거예요...
요즘
설명절이라 한창 대추선물용이 나가는지라
아저씨가 작업 하는 걸 보셨는지..
수리를 완벽하게 마치고
작업장에 오셔서
선물용 대추를 구입하시는 거예요...
보내야 할곳이 조금 있다며
대추즙과 선물용 대추...
등등을 주문하니 2~30만원정도 되네요...
일부러 그렇게 안하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대도
선물로는 대추가 좀 드물다며
꼭 사야한다고 하네요...
저야 엄청 고맙지만
정말 일부러 그렇게 안하셔도 되는데....
대추구입비 외에 나머지는 현금으로 드리면서...
이 피아노가 대추와 참 인연이 많구나!!!
생각이 드네요.
형님 집에서 옮겨 올때가 대추가 보내줬고
피아노 수리를 하면서도 대추가 거래되었고...
대추농사를 하면서
대추가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줄이야....
대추 덕분에
요즘 매일 맑은 음의 피아노 소리를 듣습니다.
은샘이가 피아노를 곧잘 치기에
아침으로 듣는 찬송가의 음이..
은은하게 건반을 타고 흐를때
그 기분또한 너무 행복하지요..
골짜기 시골이다 보니
주위의 집들도 거의 없고
피아노 아무리 두드려도
누가 민원 늦는 사람 없고
가끔씩
전화받을때 잘 안들려서 그렇지
하여튼
돈 들여 고쳐놓으니
아주 쓸만하네요.....
오늘도 아침에 한곡조 치고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피아노를 고치면서 느낀 건
조율은 1년에 꼭 한번씩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아저씨가
우리 생대추 수확할때 마다
연락 달라고 하네요..
그때오셔서
조율해 주시고
맛있는 생대추 얻어 간다고...
이렇게 대추와 피아노...
정말 멋진 궁합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