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 모락 금방 방앗간에서 뽑아 온 가래떡이 왔습니다.
길다란 모양의 가래떡.
대충짐작으로 짤랐는지 길이가 들쑥 날쑥...
상위에 곱게 줄지어 뉘어놨네요....
몇개는 잘라서 아이들 간식으로 먹고
몇개는 잘라서 남편과 내 간식으로 먹고....
떡순이 지샘이가 좋아하는 떡이 가래떡이랍니다.
떡순이 많이 먹어라...
적당히 굳었을때 우리 어머님이 하나씩 칼로 썰고 계십니다.
"석봉아! 너는 글을 쓰거라 에미는 떡을 썰테니까...."
석봉모친의 떡써는 솜씨가 예사롭다고 하지만 울 어머님의 떡써는 솜씨 또한 예사롭지요.
작년까지 설날이면 얼마나 많은 가래떡을 했는지 온식구가 배당을 받아서
썬적도 있답니다.
떡써는거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요
조금만 썰다보면 손에 물집이 생기기도 하지요....
요즘은 방앗간에서 다 썰어준다고 하던데...
알뜰한 울 아버님은 그까이거 얼마된다고 하시며 강압(?)적으로 떡을 가지고 오시고
못이기는척 울 어머님은 하나 하나 떡을 썰고 계십니다.
새벽잠이 없으신 어머님의 토닥토닥 떡써는 소리가 고요한 새벽에 집안에 울립니다.
그 많던 가래떡은 조금씩 사라지고 떡국용 떡국만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예사롭지 못한 어머님의 솜씨가 이렇게 많은 떡국떡을 썰어놓으셨네요.
어머님의 손에 박힌 굳은살만큼 떡들이 늘어나네요.
손이 엄청 아프실텐데...
자식들이 떡국을 좋아한다고
당신 몸 아픈건 생각도 않고 희생하시는 어머님...
그 마음을 나를 비롯한 모든 자식들이 알까?
문득 썰어놓은 떡국용 떡을 보면서...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많은 조각을 내어 골고루 나눠줄려고 하는데
자식들은 그 조각이 나한테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건 아닌지..
에고....
울어머님이 왜 이리 오늘따라 안쓰러워 보이는지...
내리는 가랑비처럼 내 마음을 적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