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답게 국화옷을 입은 책이 뭘까요?
장장 4권에 걸쳐 이쁘게 만들어진 책이 뭘까요?
나는 아는데...
무엇인지 아는데....
우리 부부 아니 새미맘에게는 아주 소중한 물건이랍니다.
돈주고도 살수가 없는....
아주 값지고 귀한것....
그게 뭘까나!!!
짜잔!!!!
새미빠가 군대 갓 들어가 훈련병일때 쓴 편지라고나 할까나...
거의 매일 쓰다시피한 편지..아니 연애편지지뭐...
"군사우편"이라고 찍혀 있는 봉투안에는 깨알처럼 쓴 글씨들이 저렇게 쫘악 펼쳐졌네요.
매일 썼는데도 뭔 그리 쓸말이 많았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우린 그때 너무 어렸었네요....
"보고싶은 재란아"로 시작해서 쓰여진 말들 가운데
참 아름다운 사랑의 얘기도 가끔씩 삐쳐서 삐친 얘기들..
비가와서 슬픈 얘기들...
상사한테서 혼나서 가슴이 아팠던 얘기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힘들었던 얘기들...
하루하루 제대 날짜를 세어가며 쓴 이야기들....
참 많은 사연들이 이 책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보내진 편지들은 제가 하나하나 모아서 몇개의 화일을 만들었고
결혼하면서 장롱안에 고이 고이 보관하다가
촌으로 내려오면서 또 상자에 고스란히 담겨져 왔고
얼마전 집안 정리를 하면서
태우기엔 우리의 사랑이 너무나 아까워
무턱대고 싸짊어 들고 대학근처에 있는 인쇄점에 갔습니다.
농장을 운영하면서 인쇄할일이 있을때 마다 부탁을 하던 곳이라
서슴없이 사정이야길 했고
종이 싸이즈가 다 틀려 좀 힘들겠다는 것을
부탁에 부탁을 해서
늦어도 좋으니 제발 좀 보관하기 쉽도록 만들어 달라고
비용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다고 사정을 해서
무턱대고 맡겨 놓고 왔는데
그게 한 두세달 걸렸나!!
너무 무리한 부탁이라 연락하기도 뭐해 기다리곤 했는데
우연히 그냥 보관은 하고 있나 싶어 전화를 드렸더니
세상에...
깜빡 잊었다며 너무 미안해하더니
몇일이 지나 다 만들어 놨다며
전화를 해 주시네요.
만만찮은 작업이라 비용이 꽤 많이 들거라고 생각했더니
오잉!!!
늦어서 미안하다며 그냥 가져 가시라고 하네요...
세상에...
만들어 주신것도 감사한데 공짜라니!!!
그러면 너무 안되지요....
그래도 막무가내로 그냥 해 드린다며
극히 사양을 하기에...
고맙다고 만들어 줘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고
대추수확기에 접어 들어서 잊고 있다가
오늘 시간을 내서 우리집에서 판매하는 대추즙을 들고 찾아갔더니
세상에...
이렇게 이쁘게 책으로 만들어 주셨네요...
따로 인쇄도 하지 않고 원본 그대로 살려서
싸이즈대로 책을 만들어 주셨네요...
그 과장님 너무 복 받을거예요...
가만....
왜 혼자 즐거워서 수다를 떨고 있는냐구요?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이예요...
거의 거짓말 쬐금 보태 20여년이 다 되어 가는데
어렸을때 우리의 알콩달콩 삶의 얘기들이 고스란히 역사책으로 남아
우리부부의 살아가는데 이야기거리가 되며
삶의 보충재가 되는데...
살면서 이런 아름다운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기가 그리 쉽지가 않잖아요.
몇번씩 싸워서 헤어진다는 말을 했으면서도
지금은
이렇게 부부로 잘(?) 살고 있으니
그 끊을수 없는 작은 끈들이
남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새미맘 기분 억수로 좋아
조잘조잘 거려 봤어요...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도 않고 별것도 아닌데
왜 이리 우당탕, 톡톡, 탁탁 싸우는지 원...
이리저리 바뀌는 제 성격이 제일 문제인가 보네요...
하여튼 그래도
새미맘은 행복하다우!!!!!
